미래 인공지능(AI) 사회를 나눌 4개의 계급 구조 | 유기윤 교수팀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과 플랫폼 자본주의의 확산이 전통적인 사회 계급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는 가운데, 2017년 서울대 유기윤 교수 연구팀이 '미래사회보고서'에서 제시한 "2090년경에는 사회가 4개의 계급으로 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주목받습니다. 자세히 알아봅니다.

 

 

이러한 예측은 ChatGPT와 같은 초거대 AI 기술이 현실화되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으며, 단순한 미래 예측을 넘어 현재 진행 중인 사회 변화의 핵심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4개 계급 구조의 이론적 배경

서울대 연구팀의 미래 사회 시뮬레이션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유기윤 교수와 김지영·김정옥 연구교수를 중심으로 한 15명의 공대 연구진은 '미래의 도시에서 시민들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주제로 1년여에 걸쳐 심층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연구팀은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 발달로 모든 것이 연결된 초연결사회에서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계급 구조가 형성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이 연구의 핵심은 미래 사회에서 계급을 나누는 잣대가 전문성, 학력, 신체 능력이 아닌 인공지능 플랫폼(정보형 기업)에 대한 소유권과 접근성이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70여 년 후 미래 도시 시민들은 플랫폼 소유주, 플랫폼 스타, 인공지능, 프레카리아트의 4개 계급으로 분화된 삶을 살게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프레카리아트(Precariat)

 

디지털 프레카리아트

 

4개 계급의 구체적 구조

 

 

1계급: 플랫폼 소유주 (0.001%)

최상위 계급인 플랫폼 소유주는 현재의 다국적 기업 소유주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기업을 플랫폼이라는 미래 정보형 기업으로 탈바꿈시키면서 탄생합니다. 이들은 진화하는 정보 시스템을 소유한 투자자 혹은 개발자들로, 전 세계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겨우 0.001%에 불과합니다.

플랫폼은 일종의 진화 중인 정보 시스템으로 정의되며, 현재의 Google, Facebook과 같은 플랫폼 기업들이 미래에 더욱 강력해진 형태로 볼 수 있습니다. 이들 플랫폼 소유주는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사회 전반을 통제하고 지배하는 위치에 서게 됩니다.

2계급: 플랫폼 스타 (0.002%)

플랫폼 스타는 그 플랫폼 속에서 활동하면서 수많은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는 영향력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플랫폼에서 큰 영향력을 지닌 정치 엘리트와 예체능 스타, 소수의 창의적 전문가 등으로 구성됩니다.

정치 9단으로 불리는 정치인들, 타고난 예체능 천재, 창조적 전문가들이 여기에 속하며, 전 세계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002%입니다. 이들은 플랫폼 소유주 다음가는 특권층으로, 플랫폼 내에서 스타 플레이어로 활동하며 높은 지위를 유지합니다.

3계급: 인공지능

세 번째 계급은 흥미롭게도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입니다. 이들은 사회 전반의 일자리를 대체하게 될 AI로, 자가 진화하는 지성을 지닌 정보시스템으로서 법인격을 지닌 인공생명체의 형태를 갖습니다.

AGI(범용 인공지능) 시대가 되면 인공지능이 홀로 조직 단위 업무를 총괄 수행할 수 있는 광범위한 능력을 가지게 되며, 인간의 개입이 필요 없이 기업이나 단체, 나아가 공동체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합니다. 이는 통번역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에 거의 모든 일자리를 빼앗긴 상황을 의미합니다.

4계급: 프레카리아트 (99.997%)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4계급은 프레카리아트(Precariat)입니다. 이는 '불안정하다(precario)'는 이탈리아어와 노동자를 뜻하는 '프롤레타리아트(proletariat)'의 합성어로, 영국의 경제학자 가이 스탠딩이 처음 주창한 개념입니다.

프레카리아트는 플랫폼의 소유권도 없고 스타도 아닌 일반 사람들로, 전문직이냐 아니냐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이들은 플랫폼에 종속되어 프리랜서처럼 일하며 살아가는 절대다수의 시민으로, 인공지능 로봇과 힘겨운 일자리 경쟁을 벌이는 단순 노동자 신세로 전락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론적 근거와 학술적 배경

가이 스탠딩의 프레카리아트 이론

가이 스탠딩은 2011년 저서 『프레카리아트: 새로운 위험한 계급』을 통해 이 개념을 체계화했습니다. 그는 프레카리아트를 "불안정한 고용과 노동 상황에 놓인 계급"으로 정의하며, 이들이 전통적인 고용보장, 소득보장, 대표성 보장 등을 결여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스탠딩은 많은 나라에서 적어도 성인 인구 4분의 1이 프레카리아트에 속한다고 추정하며, 이들은 세 가지 특징을 가진다고 설명합니다. 안정된 일자리 보장 부족, 즉각적인 노동 대가 외 사회보장 혜택 부족, 다른 사회 구성원이 누리는 시민권의 제약.

디지털 자본주의와 플랫폼 경제

닉 스르니체크는 『플랫폼 자본주의』에서 현대 디지털 경제의 핵심을 플랫폼을 통한 데이터 추출과 가치 생산으로 설명합니다. 플랫폼 기업들은 서로 다른 그룹을 연결하면서 모든 상호작용을 모니터링하고 데이터를 추출하는 위치에 자리잡으며, 이는 "데이터에 대한 탐욕스러운 욕망"에 기반합니다.

AI 기술력이 새로운 권력의 기준이 되면서, 데이터는 AI의 원료이며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컴퓨팅 자원과 기술은 특정 국가나 기업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Google, Amazon, Meta, Microsoft와 같은 글로벌 테크 자이언트들은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알고리즘을 독점적으로 운영하며 전 세계적인 정보 흐름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현실적 전개 양상

변화 속도와 현재 상황

유기윤 교수는 범용 인공지능이 나와서 노동시장에서 극렬한 분쟁을 일으키는 시기를 2045년 정도로 예측했으며, 이는 현재의 생성AI 기술 발전 속도를 고려할 때 적절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와 오픈AI CEO 앨트먼 등은 "2029년 이전까지 AGI를 개발해낼 것"이라고 했으며, 대체로 5~10년 안으로 AGI가 등장하고 보편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2024년 현재, 유교수는 초양극화 사회로의 진입이 이미 예상대로 진행되고 있으며, 산업이 중요시되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플랫폼을 보유한 자가 기술, 인력, 자본을 통제하면서 지배적 권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한국의 현재 상황

한국에서는 2012년 현재 고용형태, 임금수준, 사회보험 가입 여부 등 세 가지 수준 모두에서 안정적인 집단의 비율이 36%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 64%의 임금노동자들은 최소한 한 가지에서 불안정성을 경험하고 있어, 이미 프레카리아트 계급의 확산이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신자유주의 시대 한국의 계급구조 변화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노동자계급 내부에서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며, 신자유주의적 빈곤화는 노동자계급 중 가장 하층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사회적 영향과 위험성

경제적 불평등 심화

AGI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고소득 근로자와 그렇지 못한 근로자들 간의 임금 격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저소득 국가들은 인프라와 숙련된 인력 부족으로 AI의 혜택을 받기 어려울 것이며,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격차도 더욱 벌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AGI 노동과 자본이 인간 근로자를 대체하면서 경제적 권력이 자본 소유자에게 집중되어 극심한 부의 집중, 불평등 증가, 사회적 이동성 감소가 나타날 것입니다. 인간 임금의 붕괴는 총수요 악화를 야기하여, 기업들이 AGI를 사용해 더 많이 생산하지만 소비자들이 상품을 구매할 수 없는 역설적 상황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정치적 위험성

프레카리아트는 '새로운 위험한 계급'으로 불립니다. 이들은 시간적 여유 부족으로 민주주의에서 멀어지고, 극단적 우익 정당에 휘둘리기 쉬우며, 분노와 소외감으로 인해 이민자 등 극빈층에 대한 반감을 형성하기 쉽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특히 청년이나 여성들의 고용이 몇 년 이내에 급격한 감소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며, 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족들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은 무직이면서도 취업을 위한 교육이나 훈련도 받지 않는 상태의 청년들로, 특히 여성들의 비율이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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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과 해결책

기본소득 도입

가이 스탠딩은 프레카리아트 문제의 해법으로 기본소득을 제시합니다. 기본소득은 모든 시민에게 조건 없이 지급되는 정기적인 현금 이전으로, 사회의 집단적 부에서 나오는 사회적 배당금으로 정의됩니다. 이는 단순한 빈곤 대책이 아니라 모든 개인의 경제적 권리로서 "공화주의적 자유"를 증진시키는 도구입니다.

호주의 연구에 따르면, 기본소득에 대한 지지는 더 큰 물질적 불안정성에 직면한 젊은층, 저소득층, 실업자, 교외 임차인들과 녹색-좌파 유권자와 재분배 가치를 선호하는 탈물질주의적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에서 나타납니다.

사회보장 시스템 개편

유럽연합은 플랫폼 노동자 지침(Platform Workers Directive)을 통해 회원국 전반에 걸쳐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권리를 제공하려고 합니다. 인도 정부는 긱 워커들을 위한 포괄적인 사회보장 조치를 계획하고 있으며, 건강보험과 연금 제도, 생명보험과 장애 보험, 산업재해보험, 모성급여, 노후보장을 위한 연금 계획 등이 포함됩니다.

기술적 해결책과 인간-AI 협력

IBM의 분석에 따르면, AI의 직장 통합은 세대적 기술 변화 중 하나를 나타내며, AI 도구와 자동화 기술이 일상적인 업무를 처리함에 따라 인간 노동자들은 반복적인 활동에서 해방되어 인간의 전문성이 가장 가치를 더하는 영역에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창조에서 큐레이션과 지향으로의 전환을 의미하며, 비판적 평가, 맥락적 이해, AI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안내하는 능력에 더 큰 중점을 둡니다.

 

결론

미래 인공지능 사회의 4개 계급 구조는 단순한 예측이 아닌 현재 진행 중인 변화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플랫폼 소유주(0.001%), 플랫폼 스타(0.002%), 인공지능, 프레카리아트(99.997%)로 구성되는 이 구조는 극심한 불평등과 사회적 위험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기본소득 도입, 사회보장 시스템 개편, 인간-AI 협력 모델 구축 등의 종합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기술 발전이 소수의 독점이 아닌 모든 시민의 공유 자산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사회적 합의가 절실한 시점입니다.

디지털 프레카리아트의 현실을 직시하고, 기술과 인간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미래 사회 설계가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닌 인간의 존엄성과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근본적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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